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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통일 문제--巨物--정세현 vs. 문정인--座談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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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073회 작성일 2017-10-03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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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대담]문재인 정부, 한반도 정책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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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대북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는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 계획한 한반도 정책구상을 펴보지도 못하고 상황관리에만 매달리는 처지가 됐다. 경향신문은 창간 71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한 원로이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분야 ‘멘토’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를 초청해 한반도 정세와 해법을 허심탄회하게 논하는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정 전 장관은 당초 포부를 펼치지 못하는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반면,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겸하고 있는 문 교수는 정부가 처한 가혹한 현실을 설명하며 옹호론을 폈다. 대담은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사회로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사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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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 국민들이 불안해할만한 상황인가 아니면 과도한 우려인가.

정세현 전 장관(이하 정)=전쟁이라는게 합리적 판단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다. 오판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북한이 먼저 전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 물론 미국은 북한처럼 최고 권력자의 말 한 마디에 결정되는 체제는 아니다. 나름대로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 결국은 미·중 전쟁을 각오해야 하는데 과연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 중국식 표현으로 하자면 ‘요란하게 천둥번개는 치지만 비는 오지 않는 (乾打雷 不下雨)’ 그런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전망보다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끝내는 것이다.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

문정인 특임교수(이하 문)= 정장관 말씀에 동의한다. 한반도 내 군사 긴장은 6.25 이후 가장 고조됐다고 봐도 무리 아니다. 긴장이 상당히 고조된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계획된 전쟁’은 미국이나 북한 모두 상당히 약하다고 본다. 우발적 군사적 충돌의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대규모 전쟁 일어날 가능성 적다고 하는건 무엇보다 북한이 어느 정도의 핵 억지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남북간에도, 미국·중국과도 대화채널이 있어서 이를 통해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역할 할 수 있는 채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또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태도가 강경하게 돌아섰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강경한 톤으로 제재와 압박을 말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정책 수정인가.

정=첫단추를 잘못 끼웠다. 이제는 중간에 궤도를 수정하기도 어렵게 되지 않았나 그런 걱정이 든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했던 얘기들을 취임 후 다 잊어버린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물론 북한이 문 대통령을 어렵게 만든 측면은 있다. 그래도 후보시절에 했던 말이 있지 않고 공약이 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액션은 충분히 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북핵 문제는 북핵 문제대로 풀되, 남북 관계는 빠르게 복원해서 다자회담에서 우리의 입지를 높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다. 취임 후 보름정도 됐을때 5·24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메시지 보냈더라면, 북한이 조금은 우리 눈치 보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지고 미국을 상대로 한 무력시위도 수위 조절하지 않았을까. 남북관계에 숨통이 조금 트였더라면 북핵문제에서 미국의 목소리를 복창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대통령에게 아직 초심이 남아있다고 본다. 대통령 연설문에 그런게 나타나 있다. 대통령 연설문은 대통령의 의지를 표명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7월 6일 베를린 구상, 8·15 경축사, 유엔총회 연설문을 봐라. 과정으로서의 평화, 즉 남북간의 화해협력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분명히 담겨있다. 대통령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려고 한다. 문제는 북한에서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모순을 범하고 있다. 북핵은 북핵이고 남북관계는 남북관계니까 병행추진하자는 게 북한의 기본 입장이었는데 그렇다면 우리쪽에서 그런 시도들을 보였을 때 화답을 하고 나왔어야 했다. 그래야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트럼프에도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까 트럼프가 ‘당신이 그래봤자 북한은 안 나와’ 이런 식으로 미국 측에 완전히 비아냥을 당했다. 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들이 세계의 중심인줄 아는것이다. 북한은 매일 우리에게 역지사지하라고 하지만 북한이야말로 우리에 대한 역지사지가 부족하다. 정부가 알게 모르게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화답을 안해주고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계속 해버리면 대통령이 초심을 유지하고 싶어도 그런 식으로 대응 할 수밖에 없다.

정=문 교수 말씀처럼 베를린 구상, 8·15 경축사, 유엔총회 연설은 초심이다. 그러나 베를린 구상 연설 직후 함부르크 한·미·일 정상회담 직후 나온 공동성명은 완전 다른 이야기다. 이번 UN총회 이후에도 한·미·일 정상회담하고는 완전 딴소리 나왔다. 국 따로 밥 따로다. 나도 대통령의 초심 남아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초심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7월 7일과 8일 이야기가 다르다. 유엔총회에서 평화라는 이야기 32번이나 썼는데 청와대 NCS 회의에서는 지금은 제재 압박할때지 대화할 때 아니라고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 북한이 남쪽 안 도와준다는 말했는데 정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북한이 남쪽을 도울 것이라고 전제를 하고 정책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문=대통령은 이런 고민이 있을 것이다. 비핵화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염원이다. 비핵화 위한 국제공조도 대한민국 전체의 희망사항이다. 대통령은 핵에 관한 한 강경입장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그 제약 속에서도 진행해야 한다. 미국에게 그렇게 비판 받아가면서도 북측과 대화의 끈 놓지 않으려는게 바로 그런 것이다. 여기서 북한이 우리 대화에 응해서 나온다고 한번 해보자. 그때 대통령을 시험해보면 된다. 북한은 나오지도 않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쪽에 붙었어’ 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어서 북한에 가야하나? 이쪽에서 던졌으면 저쪽에서도 화답을 해줘야 우리 대통령도 미국이라는 구조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얘기할 수 있다. 그럼 우리 대통령이 미국에게 조롱은 안 당할 것 아니냐. 북한 책임론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에는 국면이 있고 그 국면 속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계속해서 사건 일으키면서 아주 긍정적이어야 할 국면을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북한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도 응하지 않고 있고, 미국과의 대화도 흥미 없다. 오로지 핵무력 완성이라는 목표 향해 직진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핵무력이 완성될 때까지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봐야하나.

문=북미 대화에 관심이 없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다. 북한이 핵무기 완성 단계에 와 있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끝난 건 아니라고 한다. 대화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1.5트랙 통해서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하고 뉴욕 채널 통해 이런 의사를 계속 보낸다. 문제는 지금 트럼프 행정부쪽에서 정리가 안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북한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대화파의 입지도 급격히 약화됐다. 북한은 미국과는 대화에 분명히 관심이 있다는게 내 생각이다. 우리하고는 대화 안하는 이유는 전 이렇게 본다. 북한의 멘탈리티는 간단하다. 핵문제는 북미간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하고만 통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한국은 미국의 괴뢰며, 괴뢰 수장인 미국과 대화하면 한국은 따라오게 되어있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민족끼리’를 외친다. 문 대통령의 모순은 북한의 모순 때문이다. 사람들이 문 대통령 때문이라고 비판하지만 이건 북한이 가진 자기 모순 때문이다. 그에 응하다보면 우리도 모순 빠질 수밖에 없다. 타율에 의한 모순이지 자율에 의한 모순이 아니다.

정=북한이 문 대통령으로 하여금 초심을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하는건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을 만났을 때 미국과 같은 목소리 내주는것까진 좋다. 한미공조라는게 있으니까.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틈새를 벌려가려는 노력은 계속 했어야 했다. 그걸 안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하나도 안보였기 때문이다.

문=그 말씀에는 동의 못하는 부분이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래 북한이 미사일 10번 쐈다. 핵실험도 1번 했다. 지금 문 정부 출범한지 140일 됐으니 14일마다 한 번씩 쏜 셈이다. 대통령과 안보실에서 할 수 있는 건 결국 위기의 안정적 관리다. 이를 위해선 한미 공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 비위맞추는 말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 현재 대통령은 한반도에 전쟁 일어나지 않도록 미국의 선제적 군사행동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그게 반비례를 가져오면서 북한의 의심을 사게 하고 북한과의 전략적 신뢰를 상실하게 하는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생겼다. 그러나 이를 두고 ‘파우스트적 흥정’을 하는것 아니냐, 당장 급한거 보다가 큰그림 놓치는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서 그걸 고치기 위해 때마다 8.15 경축사·유엔 연설 등을 통해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정=문 대통령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거 설명 잘 하셨는데, 우리 정부의 목표가 위기 관리라면 한미 공조라는 이름으로 미국 편에 서는 것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서서 양쪽을 뜯어말리는 편이 낫다. 미국에게 북한을 자극하는 험한 말을 한순간만 참으면 도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안하니까 트럼프는 기고만장한다. 그러면서 긴장을 최고로 고조시켜놓고 무기를 팔아먹고 있다.

-북한이 위기 고조행위를 할 때 한국이 대응하는 방식은 사드 배치, 미사일탄두중량 해제, 핵잠수함 도입 등 군사장비 확충이었다. 이게 맞는 대응인지 의문스럽다. 자주국방도 필요하지만 지금 시급한 것은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이번 뉴욕 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첨단무기 구입하고 기술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돈 들어가는 문제다. 북한이 무력시위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말폭탄 던져서 대응하는 식으로 요란하게 정세를 긴장시켜놓고 그 와중에 무기를 팔았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미국의 성동격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은 무기 파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거기에 말려 들어가면 안된다. 안보 명분으로 모든 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꼭 필요한 만큼만 샀는지, 혹은 겁나서 멋모르고 부르는 게 값으로 산건지 따져봐야 한다. 방법도 틀렸다. 지금 시급한 것은 전쟁을 막고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게 미사일 사거리 늘리고 핵잠수함 들여오는 것보다 훨씬 시급하다.

문=물론 무기 구입이 최우선 순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는 이런 거 하나도 안했다. 문 대통령은 가시적으로 뭔가 보여주려 한다. 진짜로 유사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도 뭔가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처음엔 나도 쇼라고 봤는데 이게 필요하다. 그래야 실제상황 벌어졌을 때 작동할 수 있다.군이 실전 대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핵잠수함이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좋은 무기체계인가에 대해서 나는 회의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런 것들은 문 대통령이 말하던 자주국방의 맥락 하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정=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달라야 할 부분이 있다. 앞에 두 정부는 ‘피스 키핑’이라는 명분으로 무기사고 한미 공조, 한미 동맹를 외치면 됐지만, 촛불 혁명으로 탄생된 진보 정권은 ‘피스 키핑(평화유지)’과 ‘피스 메이킹(평화구축)’ 프로세스를 병행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그렇지 않다. 불안정한 상황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군사적 증강을 통해 불안전한 평화를 관리하는 것이 ‘피스 키핑’의 개념이고 ‘피스 메이킹’은 신뢰구축과, 군비통제, 장기적으로는 군축, 정전협정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일련의 과정이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가장 관심 두는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교류 협력 통해 남북간 신뢰 구축. 남북적십자회담 등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 통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막는 것이다. 그 다음은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건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핵심공약이었고 여전히 유효하다. 현 정부를 옹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북한이 대통령에 숨 좀 쉴 수 있는 여유는 줘야하지 않겠나.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에 과거의 관성대로 ‘한·미·일 공조’ 강화하는 패턴화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나는 아직 그런 표현 안 쓰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캠프 쪽에서 나름대로 역할한 사람들 중에서는 “도로 박근혜 아니냐” 이런 얘기도 한다. 그것도 북한 책임인가? 그건 아니다. 피스메이킹 프로세스 관련해서 기술적인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내 얘기는 통일부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대통령이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안 해주고 있다. 북한이 안 나온다고 하지만 5.24 조치 해제했으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문=내가 특보된 그날 5.24 조치 해제하고 개성공단 입주업체 시설 점검하게 보내자고 했더니 보수 언론에서 1면 톱으로 나를 비난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미국에 끌려간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대통령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북한이 지금 저렇게 나오는 상황에서 5.24 조치 해제하겠다고 할 수 있는 정치인은 없다. 그런 점에서 북한도 어떻게 하면 남북이 같이 살고 동북아에 평화 가져오는 길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도 문제지만 미국도 상당한 문제다. 미국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북한 문제에 준비가 안 되어있고 미국 대통령은 종잡을 수 없이 충동적이다. 이런 미국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트럼프의 비위를 맞춰야 안보가 확실해진다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 발언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더라. 물론 최악의 경우 미국이 북한 상대로 군사적 옵션을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전 협조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무기도 살 거 있으면 사줘야 한다. 그러나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그 피해는 우리 국민들이 받게 된다. 5000만 국민들이 안보불안과 전쟁공포 속에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다. 우리 국민을 전쟁 공포나 안보불안에서 해방시키려면 문 대통령이 해야 한다.

문=:우리 정부의 대미 정책은 북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고 북한 비핵화하는데 공동 보조 맞추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의 초심에 기반한 대미 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의 일방적 군사행동 저지하고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가급적 빨리 재가동시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제재와 압박을 넘어 미국이 새로운 대북정책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백악관 핵심인사 라인만 가지고는 제약이 있다. 외연을 넓혀야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로 통해 대통령 국민 입장 전하고, 미국 의회 상대로도 적극적 외교도 하고, 워싱턴 싱크탱크에 사람들 보내 공공외교 강화하는 등 가능한 채널을 풀가동해야한다는 거다. 당장은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 장관 말씀처럼 한국이 미국에 말려들어가는 느낌 있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미외교의 반전 꾀해야 한다. 심호흡하고 큰 그림 그리려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좋은 말씀이다. 그런데 그걸 누가 조율하고 지휘할 것이냐가 문제다. 미 의회, 싱크탱크 상대로 설득하고 메시지 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누가 짜고 실행하느냐는 말이다. 정부는 각 부처마다 자신들의 ‘데일리 오퍼레이션’에 함몰돼서 큰 그림을 못보고 매일 일어나는 사건에 대응만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지금 이 정부 안에 없다.

-국민들의 북한 인식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경하다. 대단히 합리적인 이야기까지 종북이라는 말 들을 정도로 내부적으로 소화 안 되는 경향이 있다. 대북인식 이렇게 악화된 원인이 무엇일까. 그 원인이 과연 북한에만 있는 건가.

문: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인정하는 핵보유국이 될 수는 없지만 핵무기를 가진 국가인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아런 객관적 현실에서 비핵화 전제로 한 대화협상은 불가능하다. 동결을 대화의 입구에 두고 핵시설과 물질 검증 등 여러 과정 밟아가되, 핵의 완전하고도 불가역적 폐기는 더 오랜시간 들여 해나가야 할 문제로 봐야 한다. 이게 미국 내 주류들의 생각이다. 나도 그 그룹에 속해서 그 의견 만들어낸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나를 종북이라고 한다. 나는 이념적으로 좌편향도 아니고 우편향도 아니고 중도적 입장 취한다. 단순하게 국익만 생각하고 상식과 순리에 따라 판단하려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나 갈라져 있다. 국가안보도 국익이 아니라 이념이라는 프리즘 통해 봐서 어려운 거다. 북핵 문제도 제발 국익의 시각에서 상식과 순리 따라 판단했으면 좋겠다. 국익이라고 하는 건 국민 안전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게 우선이지 특별한 것 아니다. 우리 사회가 잘못돼도 엄청나게 잘못됐다고 본다.

정=60대와 70대는 반북 정서를 갖고 있다. 한국 전쟁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20~40세대는 반북이 아니라 혐북이다. 반북은 배경이라도 있는데 혐북은 본인이 체험조차 하지 않고 미워한다. 이런 인식이 어디서 왔겠나. 결국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반북·혐북적 사고를 바탕으로 대북정책 시행하면서 사회 분위기가 그쪽으로 흐른 것이 큰 원인이다. 그 시기에 초·중·고·대학교 다닌 사람들은 지금 다 혐북으로 돌아섰다. 북한을 악마화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니까 북한 문제를 냉정하고 현실적인 시각으로 보지 못하는 현상이 생겼다. 국민들의 대북 인식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고 북한 문제를 선과 악을 구분하는 문제로만 인식하니까 어느 대통령이 와도 북한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현실적 정책을 만들기가 어렵다.

문:그 문제의 핵심은 언론 매체다.

정:언론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보수정권이 지원해줬다.

-북한 핵프로그램이 마지막 단계를 넘고 있다.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시점이 멀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지금 뭘 해야 할까.

정=문 대통령 임기 4년 남았다. 그 안에 북한이 완전한 핵무장한 국가로 등장하고 그걸 운명으로 받아들여야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다음 정부가 힘들 것이다. 이 정부도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니 우리는 우리 일만 하면 된다는 태도 취해선 안된다. 지금 북한은 국가핵무력이 거의 완성단계에 진입한 완결단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말을 그렇게 길게 돌린 걸 보면, 아직 시간 남아있다고 본다. 그러니 북한의 핵무력 가시적으로 입증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6자회담 열어 여기서 스톱시키자고 미국에 이야기해야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과 속 깊은 얘기 할 수 있는 물밑대화·비공개 대화가 필요하다.

문=그 말씀에 동의한다. 우선 우리 사회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 가졌으니 전술핵 배치해 핵 대 핵으로 가자고 하는건 상호확증파괴 재촉하는것이다. 두번째로 지적할 것은 시간이 우리 편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탄두 20개 가질 때와 100개 가질 때는 협상의 조건이 달라진다. 정 장관 말씀처럼 빨리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북한이 가진 핵무기 뺏으려고 하면 전혀 진전 없을 것이다.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주장한대로 ‘4 NO’가 필요하다. 북한이 핵탄두 실전배치하지 못하도록 하고(no use), 핵을 더 만들거나 핵실험 못하게 하고(no more), 더 고도화시키지 못하도록 하고(no better), 제3국에 핵물질이나 기술 이전 못하도록 하는 것(no export)이 1차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운명이다. 이렇지 않으면 우리는 재앙으로 간다. 문재인 정부 있는 동안 북한이 핵동결하고 ‘4 NO’를 한다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북한이 참여 안한다면 북한 뺀 나머지 5국이 공동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중·러의 안과 한·미·일 3국 패러다임이 서로 경합하는 모습인데 한국이 나서서 양쪽을 패키징해야 한다.

정=빨리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논리는 이렇게 구성해야 한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 한 이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이 10개 됐는데도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은 시간에 비례해 고도화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대화 아닌 제재 통해 굴복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어차피 대화로 가야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시작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그 말 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북핵문제 시작된 지 25년이 넘었다. 이젠 이 문제가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의 일부가 돼서 한국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문 대통령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탄을 했을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원로로서 좌절감에 빠진 문재인 정부에게 조언을 해줄 것은 없나.

문=두 가지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문 대통령이 처한 객관적 상황에 대해 국민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지금 누가 북한을 통제불능 정권으로 만들었나. 코리아패싱 왜 생겼나. 미·중 샌드위치는 왜 생겼나. 지난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국제 공조 통해 하겠다고 외주를 준 결과다. 사드도 박근혜 정부 때 결정한 것 아닌가. 이전 정부에서 어렵게 만든 상황을 현 정부가 이어받은 것이다. 내가 아는 자유한국당 의원이 “우리가 지난 9년간 안보 어떻게 했는데 할 말 뭐가 있겠느냐”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런데 지금 안보 책임을 다 문 대통령에게 문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처한 상황의 역사성을 이해해 줘야하지 않겠나. 그리고 어쨌든 안보 맡은 사람은 대통령과 참모들이다. 한번 믿어보는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으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촛불 민심은 대화하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 평화적으로 타결하고 한반도 신경제지도 그려서 남북경제공동체 만들고 새로운 국방의 프론티어로 나간다는게 문 대통령의 기본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이걸 배신하겠나. 140일 안된 새정부에 대해 너무 많은 요구와 너무 많은 질책을 한다. 북핵문제는 시간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140일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정치에서의 1일은 범부의 1년보다 길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의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의 문제다. 140일간 아무런 결과 안냈는데 좋은 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140일 동안 아무 것도 못했다면 처음부터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다. 그럼 방향을 바꿔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고 미·중 간의 문제로 발전했다며 10년 전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핵문제가 너무 진전돼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한탄을 한다. 이건 잘못된 이야기다. 초기 미국이 94년 제네바 기본 합의 때 약속한대로, 북한의 핵활동 동결시켰던 반대급부는 북·미 수교협상 개시였다. 수교와 핵활동 중단이 트레이드된 것이다. 지금 상황이 복잡하게 되긴 했지만 원칙은 그대로다.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의 본질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는 나중 문제고 일단 북한이 더 이상 핵미사일 쓰지 않는 상황까지만이라도 가야 한다. 내가 볼 땐 9~10년 해법이나 23년 전 해법이나 똑같다. 북한 핵능력 고도화되고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원칙이 바뀌고 방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교환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궁극적 해법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한국이 이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오랜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리 김재중·심윤지 기자>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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