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2015년 한국에 반환해야 할 것인가.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박근혜정부는 미국 측에 이를 연기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는 이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지만 미 국방부는 예정된 이행 스케줄을 지키고 싶어 한다.
전작권 반환 결정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노무현 대통령이 내렸는데 이는 성급했다. 한미연합사 해체가 전력 운용과 지정학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세밀히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반환시기를 2012년에서 2015년으로 늦춘 것은 사려 깊은 처사였다.
하지만 환수에 따른 득실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미 양국이 이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무엇보다 과거의 동맹을 재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동맹을 건설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미 국방부의 시각에서 보면 환수의 연기는 한국 측에만 일방적으로 이득이 될 뿐이다. 환수에 걸맞게 작전 능력상의 격차를 메우는 일을 늦추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 관료들은 기존의 작전권 관계에 안주하고 있으며, 한국 정치인들은 환수에 필요한 국방력 강화에 돈을 대는 것을 꺼려 한다는 것이 많은 미국 사람의 시각이다.
물론, 환수를 연기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한미연합사는
동맹에 결합성을 제공하며
군사전략에 있어 결합성은 그 자체로 중요한 역량이다.
미·일 동맹이 정확히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나 한·미 동맹과 같은 연합지휘부가 없는 탓이다.
또한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연합사 해체가 평양에 어떤 신호를 전달하게 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북한은 언제나 연합사 해체를 원해 왔고 남한의 전작권 환수 연기 요청을 비난했다.
게다가 평양은 자신들이 외부의 미사일과 핵무기에 대한 억지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군사 도발을 저지를 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수의 연기를 고려하거나 적어도 2015년 이후에 가능한 한 최대로 연합작전 능력을 재구축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한·미 간에 전략적이고 이성적으로 논의가 진행되려면 조건이 있다. 한국 측이 미래지향적인 국방력을 건설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방부가 2017년까지 방위예산을 해마다 7.3%씩 인상하자고 요구한 것은 이런 점에서 도움이 되는 일이다. 방위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국회 국방위원장의 성명도 그렇다. 청와대와 전체 국회는 이 같은 비전을 따라야 할 것이다.
무엇이 필요한가는 명백하다.
예컨대 한국 국방부는
미사일 방위비용을 늘리고 싶어 한다.
이는 좋은 일이지만
초점을 PAC-3와 PAC-2 등 지상발사 요격시스템에 맞추고 있는 것은 문제다.
한편 해군은
미사일을 파괴할 1급의 이지스 구축함을 운용하고 있지만
장착한 무장은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미사일뿐이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는 빠져 있다.
한국 해군은 또한
서해에서 북한의 도전에 맞서거나 침략을 억제하려면
더욱 강화된 대잠 전투력과 강습상륙함을 갖춰야 한다.
한국 공군 역시
제공권을 확보하고 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을 갖추려면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역량을 필요로 한다.
한국 국방부가 가격을 바탕으로 차기전투기를 결정하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첨단전투기가 가져다주는 ‘복합시스템’ 역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상군을 보면
대포병레이더 및 포병을 계속 증강할 필요가 있으며
구식무선통신 의존에서 벗어나 지휘통제의 생존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역량은 전작권 환수가 연기되든 그렇지 않든 한국이 갖춰야 하는 것이다.
서울이 이런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보여줄 때 워싱턴도 반환 연기를 꺼리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한국 측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우려를 할 수 있다.
전작권 환수를 진행시키면 미 국방부의 계획가들에게 주한미군을 감축할 명분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가 예산을 줄이라는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美 국방부의 계획 과정은
완전한 혼란에 빠져 있다.
시퀘스터 제도에 따라
모든 분야의 예산이 자동삭감될 위험이 있으며
의회는 총예산액에 대해 어떤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對外 安保 불확실성은
수십 년래 최악의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 펜타곤은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없다.
한국 측이 전시작전권 환수를 늦추거나 내용을 수정하려면?
한국군의 역량을 강화할 좀 더 정교한 공약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미국은?
전작권 반환과 연합사 해체에 따른
전략적 및 지정학적 이슈에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워싱턴을 향한 ‘신뢰의 정치’다.
끝!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 조지타운대 교수
등록 : 2013.07.24 20:05수정 : 2013.07.25 22:56
일-미 항목별 지급액 일본이 통보
한-미 총액 지급…남아도 미국 것
일 분담금 14년간 32% 줄여24일 서울에서 2014년부터 정부가 주한 미군에게 지급해야 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는 제9차 협상 2차 회의가 시작됐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가 미국에 지급해야 하는 분담금을 ‘총액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한-미 분담금 협정의 기존 틀을 벗어나, 일본처럼 지급 의무 대상을 일일이 나열하는 ‘항목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방위성이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는 ‘미-일 방위비 분담금 협정’(2011년 체결)을 보면, 일본 정부가 주일미군에게 지급해야 하는 방위비 분담금의 항목을 △노무비 △전기·가스·수도비 △훈련비 등 크게 세 항목으로 나누고 있다. 이에 견줘 지난 한-미 8차 분담금 협정(2008년 체결)에선 비용을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으로 구분하는 등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본질적인 차이는 한미 협정이 매년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게 지불해야 하는 분담금을 ‘총액 기준’으로 정하고 있고, 미일 협정은 구체적인 ‘지출 항목’을 못 박고 있다는 점이다. 즉, 미일 협정 1조는 노무비를 정하고 있는데 지급 대상으로 기본급, 지역수당, 해고수당, 부양수당, 격리지 수당 등 수십 가지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일 협정엔 “미군이 이들 비용의 경비를 절약하는 데 한층 노력한다”(4조)는 ‘절약 규정’이 포함돼 있고, “일본 정부가 부담하는 경비의 구체적인 금액을 결정해 이를 미국에 신속히 통보한다”(5조)고 규정하고 있다. 지불 항목과 수준은 두 나라가 합의해 정하지만, 이에 따른 구체적인 지급액을 정하는 것이 일본 정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견줘 한미 협정은 한미 두 나라가 미국에게 해마다 지불해야 하는 분담금 총액(2조)을 제시한 뒤, 이를 언제 얼마씩 지급한다(3조)는 구체 계획을 정하는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 때문에 한미 협정에선 주한 미군이 수천억원대의 막대한 분담금을 쓰다 남기더라도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미일 협정에선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구체적인 협상에서도 일본 정부는 일본의 어려운 재정 여건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적잖은 분담금 삭감을 이뤄낸 것으로 파악된다. 사사모토 히로시 일본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 조사원 등이 2011년 3월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와 주일 미군 노동조합 등을 설득해 매년 적잖은 분담금 규모를 줄여 온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 총액은 1860억엔(2조700억원)으로 최고를 기록했던 1999년 2756억엔(3조748억원)에 견줘 32%나 줄어든 것이다. 사사모토 조사원은 보고서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사회·경제·재정 상황이 크게 변해 그동안의 관행을 따르는 것으론 국민들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의 상황에도 딱 들어맞는 지적으로 읽힌다. 길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