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對일본 전략의 오류 [오피니언 | 201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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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駐 터키 대사먼 옛날 중앙아시아에서 이웃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민족과 터키 민족 간의 교류는 고려 충렬왕에게 시집온 제국공주가 터키계
위구르인(색목인) 관리와 근위대·상인·공인 등을 인솔하고 한반도에 들어온 후 약 150여 년 간
절정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조선 세종 10년(1427년) 무렵 유교적 습속과 명나라 풍의 관복 및 복식이
강화되면서 외래 풍습 금지령이 내려진 이후 수많은 위구르인이 한반도를 떠나거나
한민족에 동화돼 두 민족 간 문화적 교류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 터키군의 6·25 참전 때까지 우리 민족과 터키 민족 간의 직접 교류는 사실상 단절됐었다. 6·25전쟁 이전 수백 년 간 두
민족은 언어와 문학, 음악과 미술·춤·복식·종교 등 문화적인 모든 면에서 교류 없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이제 우리 문화와
비교할 때, 그 유사성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지금도 터키에서 터키인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다보면 6·25 참전 이유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가고
사고방식이 비슷하다는 걸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우리 민족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가부장적
가족관계, 손님을 환대하고 음식을 계속 권하는 문화, 연장자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 같은 것들을 터키인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또 인터넷의 발달로 최근 우리 문화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자 가까이에 유럽 문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터키의 젊은 한류 팬들은
한국 문화에 심취해 아침에 일어나면 한식을 만들어 먹으며, 한국 음악을 듣고, 한국 드라마와 한국 뮤직 비디오를 시청하면서 다른 한류 팬들과
페이스북으로 케이팝 스타에 대한 대화를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보았듯이 한국인들도 터키인이라고
하면 얼굴 생김새가 우리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형제같이 각별히 애정을 갖고 대하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와 터키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할 때, 오는 31일 이스탄불에서 개막돼 9월 22일까지 진행될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은 수백 년 만에 우리 민족과 터키 민족의 문화가 다시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극적인 이벤트다.
이스탄불은 비잔틴제국 시절부터 오스만제국 치하까지 1500년 이상의 찬란한 문화를 간직해온 실크로드의 서쪽 종착지이며, 실크로드의
동쪽 종착지라고 할 수 있는 신라시대의 경주도 10세기 전후 콘스탄티노풀, 창안(長安) 및 바그다드와 함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인구
100만에 육박하는 대도시였다고 한다. 이스탄불과 경주는 각각 융성 당시 그 지역에서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이었다.
또 이스탄불이 터키의 한 도시가 아니라 1000년의 로마·비잔틴 제국과 기독교 문화는 물론, 600여 년의 오스만제국
역사와 이슬람 문화를 상징하듯이, 이번 문화 엑스포를 주관할 경주와 경상북도는
과거 한반도와 한민족의 전통과 불교 문화의 상징이었다. 이 두 도시가 서로 전통과 문화를 비교하며, 그 유사성과 예로부터 있었던 실크로드를 통한
직접 교류의 흔적, 그리고 잃어버린 두 문화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 이번에 문화 엑스포를 개최하게 된 것은 정말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한국인들과 터키인들이 서로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광범위하게 높이고, 지난 5월 1일자로
발효한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터키 방문 때 수립된 ‘한·터키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외연을
확대·심화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행사를 세심하게 준비해, 찬란한
우리 문화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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