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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019회 작성일 2013-09-0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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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당팔·최재오·피닉제·전드로…
 
 
 
무릎 치게 하는 ‘의원들 별명’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ㆍ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신경 쓰이는 별명
ㆍ이분법적 정치문화 영향 탓 부정적 이미지 지닌 호칭 많아

정치인의 이름은 석 자가 아니다. 유명 정치인에게는 으레 이름을 수식하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때로는 별명이 더 널리 알려져 정치인의 브랜드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태어날 때 이미 주어진 이름처럼, 별명도 스스로 지어 갖기는 어렵다. 선거철이 되면 공보물마다 손수 붙인 ‘좋은’ 별명들이 난무하지만, 자생력이 없다. 남들이 불러줘야만 살아남는 ‘별명의 법칙’이 적용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동료의원, 보좌진, 기자 등 외부에서 붙여준 것들이 수명이 길다.

별명이 붙는 계기는 제각각이다. 외모와 성격 등 자연인으로서의 특성에 빗댄 것부터, 정치적 지위에서 비롯된 것, 정치 행보와 해프닝, 말실수에 이르기까지 정치인의 ‘모든 것’이 별명의 단초가 된다.

끊임없이 기억돼야 하는 정치인에게 별명은 ‘양날의 검’이다. 특색 있는 별명으로 대중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번 붙으면 쉽게 떼어버릴 수 없다는 점은 부담이다. 정치인에게 별명이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신경쓰이는 존재인 셈이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 어당팔·협상의 명수, 꼬인 정국 어떻게 풀지 궁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어당팔’로 불린다. ‘어수룩해 보이지만 당수(정치력)가 팔 단’이란 뜻이다. 상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온화한 정치
리더십을 갖고 있지만, 알고 보면 몇 수를 내다보는 고공 정치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잘 알려진 ‘대통령 제조기’ ‘협상의 명수’와 함께, 당내에서 불리는 별명이 하나 더 있다. ‘좋겠다’. 김 대표의 크고 작은 정치 행보마다 적극적인 내조를 해온 배우 최명길씨 덕분에 얻은 것이다. 민주당 장외투쟁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놓고 꽉 막힌 국면이지만, ‘어당팔’과 ‘협상의 명수’라는 당 대표들의 별명만 놓고 보면 ‘강 대 강’ 대치의 실마리가 쉽게 풀리지 않는 게 의아할 정도다.

양당 원내지도부 별명은 어떨까.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때 ‘최재오’로 이름이 바뀌었다. ‘친박근혜계’ 핵심이라는 점 때문에 얻은 달갑지 않은 수식어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2008년 친이명박계 핵심 이재오 의원처럼 공천을 사실상 지휘했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적극적인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활동에서 얻은 특색 있는 별명이 있다. ‘전드로’.
게임계의 베드로를 줄인 말이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출퇴근길에도 일거리를 챙겨 다닌다고 해서 ‘보따리장수’,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폭넓은
대인관계로 ‘사통팔달’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를 주도한다고 해서 거꾸로 당에 ‘윤상현당’이라는 별명을 만들어버린 특이한 경우다. 윤 수석부대표는 “지역구민들이 열심히 지역구를 다닌다고 ‘미스터 씽씽’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하지만, 여의도 중앙정치에서는 이렇게 부르는 사람이 드물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발의를 자주해 ‘법률제조기’다.

다선 의원일수록 별명이 붙을 확률이 높다. 19대 국회 최다선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MJ’라는 영문자 이니셜로 불리는 드문 현역 정치인이다. 6선의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9차례 탈당과 입당을 반복해 ‘철새’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선거에서 이겨 ‘피닉제’(불사조를 뜻하는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라는 별명도 함께 얻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특유의 보스 기질로 이름보다 ‘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용어로 더 많이 회자된다. 최근 ‘북방한계선(NLL) 회의록 정국’에서는 현역 의원이 그를 ‘형님’으로 칭한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형님’이라는 별명까지 얹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5선의 문희상 의원은 별명에 <삼국지> 핵심인물 2명을 품었다. 우락부락한 외모에 분석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겉은 장비, 속은 조조’다. 정세균(5선) 의원은 ‘진짜 촌놈’의 준말인 ‘진촌’과 함께, 항상 웃고 있다고 해서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을 달고 있다. 3선의 박지원 의원은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호칭으로 더 유명하다. 김진표 의원은 ‘화를 안 내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정치인’이라는 뜻으로 ‘보살’로 불린다.

정치인들을 속속들이 아는 당내에서만 불리는 별명도 많다. 대변인만 8번 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또 대변인’, 입담이 좋은 유인태 민주당 의원은 ‘만담꾼’으로 통한다. 한 의원은 상대 당과 합의를 잘 해준다고 해서 ‘합의 ○○○ 의원’이라는 ‘호(號)’를 얻기도 했다.

■ ‘소극적인’ 19대 초선 의원들 별명 적어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19대 국회를 일컬어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라고 표현한다. ‘별명도 없는 게 특징’이라는 자조 어린 우스개도 나온다. 그만큼 눈에 띄는 의원이 드물었다는 뜻이다. “별명이 단순히 정치활동뿐 아니라 개인적 특성에서도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19대에 유독 매력과 개성을 가진 의원이 적어 보인다”는 혹평도 따른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지 1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별칭을 얻은 의원들은 극소수다. 이는 이제 막 의정활동을 시작한 초선 의원일수록 더하다. 일반에게까지 알려진 별명을 가진 초선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국회의원 300명의 절반에 달하는 147명이 초선인 데 비춰보면 미미한 성적표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미스터 FTA’ ‘FTA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이는 전직인 통상교섭본부장에 빗댄 것으로 의정활동에서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청년비례로 영입된 후 ‘청년비례’로 계속 불리고 있다. 최근에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안철수 저격수’,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이 ‘종북 저격수’ ‘박영선 저격수’,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저격수’로 불리며 저격수 시리즈를 내놓은 것이 그나마 눈에 띈다. 거물급이나 중진 정치인을 타깃으로 삼아 ‘저격수’ 칭호를 얻는 것은 공격의 반대급부로 이미지를 쌓는 전형적인 초선 의원들의 공략법이기도 하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귀태 발언’으로 파문을 던지면서 ‘귀태’라는 유쾌하지 않은 ‘호’를 당분간 달고 다니게 됐다.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짧은 시간 내에 300명이 서로 이름을 알리려고 하는데 그나마 별명이 붙은 의원들은 자신들의 특화 분야,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이라며 “자칫하면 노이즈 마케팅이 돼버릴 수 있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에 걸맞은 별명을 갖는다면 그만큼 성공적인 데뷔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별명 안 생기는 국회’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인 19대 초선 의원들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대’ ‘초선’ ‘당내 1표’라는 틀을 깨고 나오는 의원들이 드물다는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 내 초선 의원들을 겨냥해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것과도 닿아 있다. 이전 18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초선 모임인 ‘민본21’이 당내 견제세력으로 부상했었다. 현재 19대 초선에서는 이와 같은 ‘
소장파’ ‘개혁파’로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뚜렷이 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개별 헌법기관인 정치인이 아니라 안정 지향의 관료적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을 보여줄 기회도 갖기 힘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양극단으로 갈린 ‘대립의 정치’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양극단으로 진영이 명확히 갈렸고 이 특성이 19대 국회에 남아 있다”며 “이 같은 문화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개개인의 특색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 자체가 생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 사이에서는 별명이 붙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부정적인 별명이나 한 방면으로 쏠린 이미지의 별명이 고착화되면 이후 정치 행보에서의 변화 가능성과 확장력이 막혀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선거 국면·정쟁 치열할수록 ‘딱지 붙이기’는 극심

정치인들의 별명 중에는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역대 대선 후보들의 별명만 따져봐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 숱한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선거의 여왕’이라는 좋은 별명을 달았지만, 그보다는 ‘
수첩공주’ ‘얼음공주’로 더 많이 불렸다. 민주당에서는 이에 더해 대선 과정에서 ‘유신공주’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에 대적한 당시 민주당 후보 문재인 의원에게도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왕수석’으로 불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회자됐다. 이를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의 약자인 ‘컴도저’로 바꿔보려 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을 지낸 이규의 한신대 초빙교수는 “대개 별명은 외부 정치세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산물로 네거티브 공세가 많은 한국 정치문화의 하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개 부정적인 별명은 한 정치인의 정치적 이미지를 다 담지 못한 채 긍정적인 면까지 거세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부정적인 별명을 붙이는 것을 이른바 ‘딱지 붙이기’라고 말한다. 선거 국면이나 정쟁이 치열할수록 딱지 붙이기는 극심해진다. 이는 한국 정치가 ‘보수와 진보’ ‘좌와 우’ 등 이분법적인 대결 구도 속에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개별 정치인이 ‘무엇을 잘하는가’보다 ‘상대를 어떻게 공격하는가’가 평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대결 구도가 공고하게 굳어진 사회일수록 편가르기식 네거티브 공세를 통해 반사이득을 취하는 전략이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철희 소장은 “네거티브 일색의 별명들이 바뀌려면 한국 정치의 주제 자체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념이나 남북관계 같은 주제로 정쟁을 반복하는 것은 결국 제로섬게임”이라며 “여기에서 벗어나서 정치권의 이슈가 사회경제적인 것으로 이동해야 개별 정치인의 특성과 전문 분야가 드러나는 정치가 가능하고 그에 따른 호칭들이 자연스레 따라붙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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