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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이상必-잘 늙는 방법-영원한 청춘-정박한 배-철학자 느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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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3,814회 작성일 2013-07-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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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영원한 청춘’의 욕망 버리고,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노년을 즐기시라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드는 법
 
 

대니얼 클라인 지음·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72쪽 | 1만3000원
 
 
 
 

이 책의 저자는 어느날 그리스의 이드라 섬으로 왔다. 햇살이 화창한 점심 무렵이다. 그는 아담한 식당에 앉아 야생 라벤더꽃 한송이를 냄새 맡는다. 식탁 오른편에는 올리브나무로 만든 지팡이가 비스듬히 걸쳐져 있다. 그는 일흔다섯 살이다.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어야 할 만큼 노쇠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항상 그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지팡이는 “한 남자로서 살아온 그의 일생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지팡이 손잡이에 새겨진 예쁘고 날씬한 처녀상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의 그는 “여자를 보는 눈이 높다는 평판”을 듣곤 했다.

왜 그는 그리스에 와서 이렇게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시계바늘을 몇 해 전으로 잠시 돌려보자. 일흔 살이 갓 넘은 그는 아랫니들이 온통 흔들리기 시작했다. 치과의사는 그에게 아랫니를 전부 빼내고 인공치아를 심어야 한다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틀니를 고정시킬 만한 치아가 아예 없을뿐더러, 틀니를 간신히 끼운다 해도 스테이크를 씹을 수는 없을 거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웃기조차 힘들 거라고 겁을 줬다. 할 수 없이 이 책의 주인공은 인공치아 서약서에 사인을 했다.

 
 
 
 
한데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꼭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마음이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내가 이 나이에 꼭 고기를 씹어야 하는 걸까? 좀 얼빠지게 웃는다고 해서 그게 무슨 수치가 되겠나? 멋지게 웃는다고 해서 새 애인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수술 전문 치과 병원까지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 치료를 모두 끝내려면 일년이 꼬박 걸렸다. 이 나이에 꼭 그럴 필요가 있는 걸까?결국 그는 “청춘을 이식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치아를 심는 대신 여행가방 속에 철학책들을 가득 챙겨넣었다. 그렇다. 그는 지금 책을 읽고 있다. 자신이 이미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는 중이다. 서양철학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에피쿠로스의 책을 다시 읽으며 ‘나이 듦’에 대한 현명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에피쿠로스뿐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세네카를 다시 읽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키에르케고르의 철학과 카뮈와 사르트르, 윌리엄 블레이크의 문학까지 탐독하고 있다. 때로는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와 존 레넌의 노랫말을 읊조린다. 저자는 그렇게 그리스에서 “내 인생의 유일무이하고 소중한 단계”인 노년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이 책은 그 생각의 기록이다.

저자에 따르면, 에피쿠로스는 “노년이 인생의 절정이자 최상의 단계라고 믿었던 철학자”다. 책의 머리에는 에피쿠로스의 격언이 하나의 이정표처럼 걸려 있다. 이런 말이다. “운이 좋은 사람은 젊은이가 아니라 일생을 잘 살아온 늙은이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는 신념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운수에 끌려 방황하지만, 늙은이는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다.”

저자는 이 말이 “무척 마음에 든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흔히 에피쿠로스의 이름 앞에 ‘쾌락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에피쿠로스가 오랜 사색 끝에 얻어낸 결론은 “가장 좋은 삶이란 행복한 삶, 즉 쾌락으로 가득 찬 삶”이었다. 한데 문제는 ‘쾌락’에 대한 이해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 마음에 드는 이성과 불타는 하룻밤을 보내고 또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는 것, 이런 식의 감각적 쾌락이 과연 에피쿠로스가 말한 쾌락일까?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것들은 “잠시 행복감을 주는 듯하다가 고통으로 인도하는 감각”일 뿐이다.

저자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자. 에피쿠로스는 콩요리를 좋아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가장 탐했던 요리는 마스티카(유향나무에서 추출한 수액)를 넣고 구운 꿩고기 요리였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그냥 삶은 콩요리 한 사발을 훨씬 좋아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먹을 콩을 직접 길렀다. 이것이 바로 에피쿠로스가 말한 쾌락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스스로 가꾼 콩을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삶아 먹으며 느끼는 즐거움이야말로 ‘에피쿠로스적 쾌락’이라는 얘기다.

물론 그 즐거움은 다른 사람에겐 별로 즐겁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에피쿠로스는 ‘개인’에 집중한다. 각자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자기 방식대로 즐거움을 얻기를 권했던 것이다. 물론 에피쿠로스의 자기중심적인 사상은 “국가를 단결시키는 선량한 시민 정신”에 위배되는 당대의 이단이었다. 그래도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외쳤다. “즐겁게 살지 못하면 지혜롭거나 바르게도 살 수 없다.”

에피쿠로스적 즐거움은 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이다. 저자는 그 “개인적 즐거움”이라는 논지를 “인생의 단계마다 각기 다른 삶의 의미와 즐거움이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간다. “노년은 인생의 절정”이라는 에피쿠로스의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세상이 당신에게 강요하고 있는 ‘영원한 청춘’이라는 욕망에서 벗어나라”고 권면한다. ‘영원한 청춘’에 현혹되는 것은 “인생의 절정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사는 것”, 다시 말해 “친구들과 함께 앉아 즐거운 담소를 즐기거나, 음악을 듣거나, 인생에 대하여 사색하는 것”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특히 이런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제 나이 듦의 제약에 굴복하고 있다. 그러나 패배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때로는 아주 당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노년의 저자가 현명하게 나이 드는 법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놓고 있는 책이다. 인생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한국적 상황에 대비시켜보자면 허구적으로 들리는 얘기들도 없지 않다. 책 자체의 철학적 설득력과는 별개로, 노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저자의 논리가 종종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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