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수정안' 논란이 정치 쟁점화 되면서 대전시민간의 갈등은 물론 충청권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의 대전시 분담분을 놓고 정부-대전시 간 갈등을 빚더니 이제는 수정안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 시민단체 반발, 충남·북 세종시의 반대 기류까지 가열되는 양상이다. 과학벨트 사업자체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이다.

문제의 원류는 정부 불신에서 비롯된다. 과학벨트 충청 입지 및 사업 착수 시점부터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온 이명박 정부에 실망해온 충청지역민으로선 박근혜 정부에 대해선 과학벨트 사업만은 순항할 걸로 기대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지방정부 간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취급하는 등 '지방 사업'으로 격하하는 듯한 인식을 보여왔다. 부지 매입비 논란이 더욱 가열되면서 오히려 꼬이는 국면으로 비화돼온 배경이다.

여기에다 과학벨트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을 엑스포공원으로 옮겨 정부 측에 부지를 무상임대해주는 대신 당초 부지 둔곡지구는 산업용지로 개발하는 방안에 대전시-정부가 양해각서를 교환했지만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대통령 공약을 통해 우리 미래과학의 위상 및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국가적 과업을 재확인하고도 공감대 확보를 위한 여러 조치에는 등한시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다. 수정안 '제안 주체' 논쟁이 촉발된 것도 바로 그런 데서 연유한 것이다.

정부와 대전시가 그 책임을 공유해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선 그간 추진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마땅하다. 수정안의 타당성 검증, 그리고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학벨트는 거점지구인 대전만의 사업이 아니다. 대전이익 극대화 명분만으로는 풀 수가 없다. 과학벨트 내실화를 위한 충청권 상생의 방안에 대해서도 본격 논의돼야 한다. 기능지구인 세종시, 천안시, 청원군의 실리도 보장돼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정치권의 역할이 참으로 막중하다. 여야가 정략적인 견지에만 매몰된 나머지 국책사업 본래의 취지를 뭉갤 수는 없다. 정치란 다양한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을 망각해선 안 된다. 현재로선 우려스러운 점이 다분하다. 내년 지방선거와 그 이후 국회의원 선거 등의 여러 정치 일정을 앞두고 정쟁거리의 대상으로만 삼을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자신들에게 돌아오게 돼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