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는 1972년 서울대학교 부설 2년제 초급대학과정으로 개교한 국립대학으로, 국내 최초·최대의 원격 교육기관이다. 2013학년도 기준 재학생 15만명, 졸업생 55만명에 이른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대학본부 외 전국 13개 지역대학과 3개 학습센터, 32개 학습관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한 학기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이 35만원, 자연·교육계열은 37만원으로, 일반 대학 등록금의 10분의 1, 사이버대학의 5분의 1 수준이다. 방송통신대 제공 |
[함께하는 교육] 대학 길라잡이-방송통신대
조남철 방송통신대 총장 인터뷰
“누구나 원하기만 한다면 대학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말은 쉽다. 그러나 한 대학의 수장을 맡고 있는 총장이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지난 20일 오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만난 조남철(사진) 총장은 달랐다. “지식과 교육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강한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닌 듯했다. 대학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한 학기 등록금이 35만원에 불과하다. 대학 입학을 위한 별도의 선발시험도 없다. 신입생은 고등학교 성적으로, 편입생은 출신 대학의 성적표를 기준으로 선발한다. 성적이 같을 경우에는 ‘연장자’가 합격한다. 대학 캠퍼스 주변의 값비싼 원룸 임대료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안방에 앉아 컴퓨터로 원격 강의를 수강하면 된다. 집 밖이라면 스마트폰을 꺼내 모바일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누구나 원하기만 한다면 입학할 수 있지만 아무나 졸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입학생 5명 중 1명만이 졸업장을 받는다. 까다로운 학사관리 탓이다. 그럼에도, 방송대는 지난 40년간 55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대학, 지식 나눔을 앞서 실천하고 있지만 조남철 총장은 여전히 ‘교육·복지·나눔’을 확대해갈 방안을 고심하고 있었다.
방송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스펙트럼이 무척 넓다. 학생들의 기대도 다양할 듯하다.
“방송대가 생애 첫 대학인 입학생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두세 번째 대학 입학인 경우가 늘고 있다. 나이뿐 아니라 직업과 경력, 경험도 다양하다. 다른 학교라면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전 생애에 걸쳐 주기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가 방송대 구호다. 선 취업, 후 진학에 나선 2030세대를 위한 현장밀착형 실무교육과 한 직장에 평생 머무르기 어려운 4050세대를 위한 제2인생 설계과정 개발,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6080세대가 자립할 수 있는 노후설계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 방송대만의 앞선 노하우가 있다.”
2030세대서 6080세대까지전생애 걸친 교육 과정 제공
한 학기 등록금 35만원 불과
올해부터 2학기에도 학생 선발 6080세대 입장에서 보면 컴퓨터를 활용한 원격교육이 무척 낯설 텐데 잘 적응하는지? “서울뿐 아니라 전국 13개 지역대학에서 학기 초마다 컴퓨터 활용교육을 하고 있다. 교내 전산실습실을 상시 개방해서 원격수업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막막한 60대 이상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프라인 교육 인프라까지 갖춘 방송대만의 장점이다. 학생통합서비스센터에 접속하면 원격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깔아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 학기 등록금이 35만원으로 저렴하면서도 10배 이상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학업과 직업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많다.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방송대생 80%가 직장인이다.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기도 한다. 그만큼 학습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늘 학교에 나와 강의를 듣는 면 대 면 교육과 달리 원격교육은 학생 자신의 학습 의지도 무척 중요하다. 등록금이 싸다 보니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럴수록 방송대는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모바일 캠퍼스인 유노플러스(U-KNOU+)를 구축해 모든 원격강의를 스마트폰으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7만6000명의 학생이 이용할 만큼 만족도가 높다. 석사학위 이상의 전공자가 해당 학과 학생들의 학습을 돕고 대학생활을 안내하는 튜터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튜터 1명당 학생 수가 20~30명 수준인 영국 오픈유니버시티의 사례처럼 확대해 갈 계획이다.” 1972년 원격교육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원격교육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데. “올해 개교 41주년이다. 최근 늘어나는 사이버대학과는 경험과 인프라 면에서 비교 자체가 어렵다. 모바일 학습시스템은 압도적으로 앞서있다. 영국의 원격교육이 시작된 게 1971년이다. 그로부터 1년 후 방송대가 문을 열었다. 참고로 일본은 1983년에야 방송대가 만들어졌다. 원격교육의 역사를 기준으로 보면 아주 유서 깊은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40년간 방송대 입학생이 250만명, 졸업생은 55만명에 달한다. 결코 작지 않은 성과다. 대학 졸업의 의미가 단순히 학사 학위를 따내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비판정신과 권리 찾기’라고 본다면 한국 사회 민주화에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수십년간 쌓인 방송대의 원격교육 경험을 배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전세계 대학들이 몰려들고 있다. ‘원격교육의 한류’라고 해도 좋겠다.” 개방성을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교육기회의 확대를 추구한다는 뜻인가? “방송대가 일반대학과 다른 점은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나, 원하기만 한다면 교육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 학교만의 개방성이다. 국가가 할 수 있는 복지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이 교육복지라면 이를 가장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대학이 국립대학인 방송대인 셈이다.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2학기에도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1학기 모집 시기를 놓쳤을 경우 1년을 기다려야 했던 불편함이 해소됐다. 국민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 분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부와 ‘평생학습사회 구현을 위한 대학특성화 방안 추진’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담교육조직으로 ‘프라임칼리지’를 설립했다. 그동안 4050 베이비붐 은퇴 세대를 대상으로 취업과 창업, 인생 설계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앞으로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세대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원격대학임에도 학생들 관계가 끈끈하다고 들었다. “학생 구성원이 2030부터 6080세대까지 있는 만큼 인생의 경륜에서 나오는 따뜻함이 남다르다. 20대 학생들이 대부분인 일반대학에서는 찾기 어려운 특징이다. 배움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1987년 방송대에 강사로 처음 부임했을 때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교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학생들 모습에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삶에 열정적인 학생들도 많다. 방송대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거꾸로 배울 수도 있는 학교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삶의 경험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서로를 포용하는 마음이 두드러진다. 형편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학우가 학업을 원활히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학생 자신이 어렵게 시작한 공부인 만큼, 다른 학우에 대한 측은지심도 무척 깊다. 이 모든 것이 바탕이 되니 방송대 학우간에는 동료애가 끈끈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