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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무대의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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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2 유하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106회 작성일 2009-06-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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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는 사회를 반영(反影)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민의 삶과 애환이 녹아있다. 세월에 대해 ‘날으는 화살과 같다’고 하기도 하고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말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렇게 빠르고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을 뚫고 시대를 넘어 전해지는 것이 대중가요다.


왜 그럴까.

이는 동시대인들이 당시 유행했던 대중가요와 함께 늙어가고 세월을 보내기  때문이다. 요컨대 나훈아를 좋아했던 7080세대는 그의 변화를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향 역’에서 어릴 적 아스라한 꽃순이의 추억을 찾고 ‘머나먼 고향’에서 무작정 상경했던 과거를 그리게 된다. 남진과 나훈아의 치열했던 라이벌 전은 쓴 웃음과 함께 역시 ‘그 때는 그랬지’하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대중가요든 문학이든 대중예술은 공감을 자아내지 않으면 죽은 장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유치한 수준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인터넷에서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해 음란물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대중가요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면서 서민들의 삶속에 녹아있는 제대로 된 애환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대중음악은 우리 인간의 메마른 정서를 촉촉이 적셔주고, 그 시대를 대변하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60년대의 헐벗은 생활 속에서는 오로지‘잘 살아 보세 잘 살아보세’ 가 국민들 가슴 속에 새겨졌고 70년대의 산업화 속에서는 조금 살만해졌다고 해서 ‘좋아졌네 좋아졌어’라는 노래가 나왔다. 심지어 정부차원에서 건전가요를 보급하면서 가요의 전도사 ‘전석환’이란 문화지도자를 배출했던 기억도 새롭다.


‘가요무대’라는 장수 프로그램이 있다.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책으로 얘기하면 ‘스테디 셀러’다.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게다. 고된 하루 일과 후 젊은 시절의 추억과 온갖 회상에 잠기게 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다. 


바로 내 과거가 들어있고 약삭 빠른 세태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오로지 가꾼 만큼 되돌려 주는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가요무대’다. 뿐만아니다. 김정구선생의 노래에는 아버지 세대의 삶이 있고 남진에게는 우리 자신의 추억이, 그리고 최성수에게서는 동생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 공감대는 대중가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하고 시대를 반영한 만큼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버지가, 내가 그랬듯이 우리 아들들도 서태지와 원더걸스와 함께 커가고 늙어갈 것이다. 물론 가요무대도 영원하지만 다만 프로그램의 형태와 관객들은 그 시대에 함께 지내온 사람들로 교체되고 변화될 뿐이다.


히트 가요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주곡의 멜로디가 우리 귀에 가까이와 닿아야하고 따라 부르기가 쉬워야 한다. 또, 가사가 우리 일상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상 세 가지는 우리 민족의 한을 표출하던 가요계의 태동 때부터 오늘날까지 변치 않았던 가치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 인생의 희노애락을 3분 예술로 표현한 ‘민족의 가요’를 ‘뽕짝’으로 비하하고 저질이니 퇴폐니 하면서 폄훼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나고 보면 안타까운 일이었다. 70년대 유행의 산물인 통기타, 청바지도 마찬가지였다. 경범죄로 처벌하기도 하고 구류를 살기도 했다. 모두 문화, 즉 대중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 해프닝이다.


지금은 아쉽게도 구시대의 산물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중년에게 젊은 시절의 ‘청년문화’가 뇌리에서 사라진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백년설선생의 ‘나그네설움’과 김정구선생의 ‘눈물 젖은 두만강’이 잊혀진 건 더더욱 아니다. 필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하며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존재하리라 믿는다. 물질문명이 발달되고 변화무쌍한 첨단시대에도 만고불변의 현상은 오늘날 산업현장에서 그 시절의 가사를 흥얼거리게 만들었으며, 농촌의 밭고랑에서도 마음의 위안을 찾고, 미래를 설계하며, 남은 인생을 꿈꾸게 하고 있다. 국민들이여! 우리 모두 오늘도 “동백아가씨” 의 순정에 빠져보자.

 

'대전예총기관지 6월호 기고내용 中' 2009.06.16

52기 유하용 (파랑새기획대표.혜천대학이벤트연출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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