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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8 김홍환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3,935회 작성일 2006-03-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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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 국장에게
     등록 : 棟喜炯(동희형) (name) 조회 : 3549  점수 : 2150  날짜 : 2006년3월7일 23시03분 


20여년 넘게 연락한번 없던 내가 자네에게 이런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몰랐네. 스쳐 지나가듯 사귀었던 시절이라서 자네가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를 모르겠네만 나로서는 자네로 인해 황박사 사건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에 불쑥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네.


지난 12월 15일 (찾아보니 그날이 황박사님의 생일이었네) 노성일 이사장의 폭탄 선언과 함께 그날 밤, 전격적으로 PD수첩의 진실을 밝힌다는 취지의 MBC 방송국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때 시사교양 국장인 자네가 직접 출연을 해서 PD수첩의 취재윤리 문제에 대한 사과와 함께 그 내용의 정당성을 설명했었지.


우연히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된 나는 그날 이런 저런 이유에서 감개가 무량했다네. TV를 시청할 겨를이 없이 살아온 나로서는 여러 해 전에 자네가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강직하고 예리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면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자네에게 어떤 연락을 취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잊고 있었는데...


친구들의 결혼식은 물론 친동생들의 결혼식에도 참석을 하지 않고 살아온 나의 생활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네. 오래전 내가 발견한 숙제를 끝내려고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 언젠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


정의감에 불탔던 자네는 서울대학교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초봄의 데모에 가담을 했고, 그래서 54회 동기 중 자네가 맨 먼저 퇴학을 당하므로 그 유명한 58 개띠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 


박정권과 전두환 정권으로 인한 58 개띠들의 퇴학과 유급, 군복무와 징역, 자퇴와 복학을 번복해서 길게는 10여년 이상 훌쩍 떨어진 후배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 많았기에 58년 개띠가 대학 내에서 유명해졌으니까 말일세.


요즘 살펴보니 58 개띠들이 지금은 대한민국의 여러 곳에서 중추적인 실무 책임자가 되어 궂은 일은 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 같아 보이니 감회가 새롭네. 


황우석 사건의 수사 지휘자가 된 이인규 검사나 김선종의 변호사가 된 이용철 변호사 그리고  한한수와 최승호의 직속 상관인 자네가 그렇듯.. 


물론 서로가 잘 아는 사이는 아니겠지만, 살펴보니 같은 58 개띠네 그려.


얼마전에 ,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나중에 자네와 같이 사회과학 공부를 하기도 했던 KL, 지금 미국에 있는 그 친구에게 내가 자네와 황우석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멜로 물었는데 뜻밖에도 이런 답장이 왔어. 


“그 ** , 같이 있었으면 뒤에서 총으로 쏴버렸을텐데..” 하면서 자네에게 분개하더군. 몇 해 전 올해의 PD상을 탔던 SL형의 동생 말일세, 자네에 대해 애정이 깊은 친구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후 자네는 한동안 종로 2가에 있던 고전음악 감상실 르네쌍스에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지. 나는 여러시간씩 쓸쓸하게 앉아서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음악을 들고 있던 자네를 잔잔하게 기억하고 있다네.


그 이듬해였든가 아니면 그 다음해였든가, 자네가 공수부대원으로 강제 착출이 되어갔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후 5.18 사태 때 아이러니하게도 자네가 진압군이 되어서 서울대학교에 투입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네. 


그것은 우리 세대의 비극이지. 멀리서 듣기에도 비극인데 당사자인 자네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지만 안타까워 할 겨를이 없이 세월은 흘러가고 말지.


52회 선배인 P는 5.18 즈음에 대구에서 복무 중이었는데 5. 18 사태 며칠 후 그 선배가 HK에게 보냈던 편지의 내용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었어. 


“...이렇게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한반도에는 스승이 약초를 캐러 가셔서 안계시고.....”


얼마 후 나는 그 선배를 만났지. 그 후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네. “나는 고향을 떠나겠다. 고향을 떠나서 10년 안에 스승이 되어서 돌아오겠다. 한의학과 물리학과 항해술을 배워서 스승이 되어서 돌아오겠다.”


...........


그런데 10년에 또 10년이 지나갔어도 스승은 커녕 그 사이에 잠시 알게 된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데도 실패를 하였어..그저 그만한 숙제 하나 붙잡고서 이제 겨우 그 숙제를 마치려 하고 있을 뿐이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황박사 사건은 지난 5. 18 광주 항쟁 사건과 함께 대한민국이 내게 준 두번째의 충격적인 사건일세. 작년 12월 15일, TV에서 자네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자네의 인생이 극적인 반전과 아주 인연이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


나로서는 황박사가 잘 나갈 때는 관심이 거의 없었는데 자네의 얼굴을 TV에서 보게 됨으로 인해 이 사건에 관심이 생겼지. 그런데, 요즘 이 사건이 나를 많이 괴롭히고 있다네.


황박사 사건에 관하여 자네는 방송에서 이야기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지 모르겠네.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말 못할 다른 이야기들이 있을 수도 있을테니까..


여전히 정의를 사랑하는 자네는 “국민 대부분이 황박사를 지지하고 학계원로나 노통, 심지어 개그맨까지 피디수첩을 비난하고 입을 막았으며, 일부 광적인 사람들은 피디 가족들을 협박하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사이언스 논문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DNA검증을 통해 진실을 알고 싶어하던” 후배들의 편에 선 용기있는 상관이었다고 나는 생각하네. 


중간 관리자로서 자네가 노조 위원장 출신이 포함된 후배 직원들과 임원진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했을까 설핏 짐작해 본다네.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은 때론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테고..


그래, 맞는 말이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진실을 찾는 노력은 존중되어야 하고 보호받아야 하겠지. 다만 그 진실이라는 게 규명되어야만 하는 수많은 진실 가운데 가장 먼저 규명되어야 하는 사안인지,  다른 것에 비해 그것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 가장 중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주변과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지만 말일세.


그래서 이번에는 자네가 자네의 후배들이 사용했던 잣대와 같은 잣대를 사용해서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 결과와 음모론으로 치부되는 서울의대 카르텔새튼의 특허권과 배후세력 등 기타 황우석 사건과 관련된 세간의 의혹들을 파헤쳐 주기를 간절히 바라네.


황박사의 여러가지 잘못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밝혀진 많은 사실들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나로 하여금 검찰청의 문 앞에서 늦은 밤까지 촛불을 들고 서있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지. 나에게는 지금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아주 많이 있는데 말일세.


지난 3월 1일, 세종문화회관 앞의 촛불 집회에도 나가봤는데 거기서 우연히 철학과를 졸업한 정호의 동생을 만났다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이 동생은 나름대로 서울의대 카르텔의 실체를 잘 이해하고 있더구만.(이 동생도 학교 다닐 때 퇴학과 복학을 거듭했지)


어쩌면 자네는 지금 대통령이 나선다 해도 어쩌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부하 직원들과 동료,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의 눈치를 봐야하는 중간 관리자의 입장이라서 무력할 수 있겠지만 이 시점에서 MBC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네.(방송가도 살얼음 판 같은 곳이겠지)


그러나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인간 최진용은 운명처럼 사태의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저력을 지닌 사나이라고 믿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말을 꺼내보는 것이네.


사실 개인적으로 나는 황박사님의 연구에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다네. 그가 처한 상황과 입장, 정서와 심정에는 깊이 동감을 하지만 그래서 그 분의 연구가 재개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그의 연구 내용에 대해서 크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네. 줄기세포가 있거나 없거나 세계는 지금 식량이 남아 돌아도 하루 평균 4만명의 어린아이들이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고, 의학 또한 줄기세포와 같은 치료 분야에 투자를 하기보다는 예방 의학에 투자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런 내가 황박사의 연구재개를 옹호하는 것은 진실이 규명되고 정의가 실현되기를 원하기 때문인데, 나 또한 (황박사팀의 연구가 성공했다는 가정하에) 황박사팀의 연구성과에 못지 않은 어떤 것을 연구했고 그것에 성공을 했지만(아직 미공개인 이것의) 특허비만도 기백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이런 연구 성과는 대체로 국내가 아닌 미국과 같은 강대국으로 흘러가서 꽃이 피기가 너무나 쉬운 일이라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계속 지켜보고 있다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나는 새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 황박사님 사건의 향후 추이에 따라서 나는 대한민국에 더 이상 애착을 갖지 않을 수 있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가슴아파 하면서 모국에 등을 돌릴 것일세.  그리고 그 사람들의 작은 날개짓이 어쩌면 쓰나미가 되어서 돌아올 수도 있겠지.


도대체 공영(?) 방송국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나로서는 황박사님을 지지하는 측과 그 반대측이 공정하게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네. 당시 황박사 측은 반론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없었지만 PD수첩은 여러 달의 준비기간이 있었고 더욱 바꿔치기 측은 2년 가까운 준비 기간이 있었지 않은가?


보아하니 황박사님의 연구재개를 옹호하는 측이 부족하나마 이제 겨우 준비가 되어가는 것 같아 보이니까 말일세.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만 마쳐야겠네. 건강하기를 바라네.


- 잊혀졌을 옛 친구 하나가


kissplan@naver.com


棟喜炯(동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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