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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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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66 손정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287회 작성일 2015-06-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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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정의와 권리, 의무와 합의, 영광과 미덕, 도덕과 법 같은 개념들에 대한 고민이 단지 사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은 하버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하는 Michael J. Sandel의 정의에 대한 고찰을 아리스토텔레스, 제레미 밴담, 존 스튜어트 밀, 이마누엘 칸트, 존 롤스의 사상을 통해 이 시대의 올바른 삶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샌델은 하버드대에서 20년간 매년 1천여명에 이르는 수강생에게 강의해온 정치철학을 인간의 행복, 자유, 미덕이라는 거울을 통해 역사상 중요한 정치적 결정과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고민하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투영하여 정의를 설명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의에 대한 명확한 해답과 사안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정치적 결정에 대해 어떤 시각과 본질을 갖고 바라봐야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거울을 제공할 뿐이다.
 
*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를 휩쓸고 지나간 후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평소보다 4배에 가까운 이익을 남기는 상술을 제한하는 '가격폭리처벌법'은 정의로운가?
*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하고 돌아온 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도 상이군인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AIG그룹이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임원들이 상여금 축제를 벌인 것은 정당한가?
* 브레이크가 고장난 전차가 질주하면서 갈림길 앞에서 공사 중인 인부를 치어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4명이 공사중인 철로와 1명이 공사중인 철로가 있다면 이 순간 기관사는 어느 철로를 선택해야하는가? 4명을 살리고 1명을 죽여야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 그 근거는 무엇일까?
등의 다양한 역사적 결정과 사안에 대해 판단의 기준을 공리, 자유, 미덕, 공동선에 비추어 설명하고 있다.
 
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도덕론'과 제레미 밴담의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지상주의', 이마뉴엘 칸트의 '순수실천이성', 존 롤스의 '가언적 평등주의'에 빠져들며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후반부에 오면서 저자 샌델이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공리주의의 인간존엄에 대한 상실과 자유지상주의 자신에 대한 무한 소유의 개념, 개인주의의 집단공동체 훼손등을 지적하면서 공동선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정의'에 대한 입장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정의를 이해하는 세가지 방식은
첫째가 공리나 행복 극대화, 즉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 이론이고,
둘째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자유지상주의의 견해나 원칙적으로 '무지의 장막'에서 출발하는 가언적 평등사상이다.
셋째는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중에서 세번째인 미덕과 공동선에 대한 개인적 선호를 밝힌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이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정의에는 어쩔 수 없이 판단이 끼어든다. 어떤 논란을 벌이든 정의는 영광과 미덕, 자부심과 인정에 관한 대립하는 여러 개념과 밀접히 연관된다. 정의는 올바른 분배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애매한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해보면...
우리는 정의를 분석과 비교를 통한 공리에 입각해서 무엇이 더 좋은 결정인가를 판단한다.(밴담의 공리주의) 그러나 1명을 희생하고 4명을 살린 기관사는 스스로 영광과 포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1명이든 10명이든 100명이든 인간은 존엄한 가치가 있고, 자신의 선택으로 자유로와야 하는 존재이다. 1명의 인권도 타인의 결정에 의해 강제되거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칸트의 자유주의)

그러나 인간은 연대와 소속의 관계속에서 공동체적 도덕(공동선)으로 집단적 책임감을 갖는다. 이 책임감에서 자발적 선택에 의한 미덕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예를들면, 전쟁 영화에서 보듯 12명의 특수대원이 적진에 침투하여 요인 구출 임무를 완수하고 후퇴하는 도중에 동료병사가 다리에 총을 맞아 움직이지 못하고 다른 대원들은 부상당한 병사와 함께 퇴각하려한다. 이 때 부상당한 병사는 사태를 파악하고 무엇이 최선의 결정인가를 고민한다. 결국 자신에게 있는 총알을 모두 쓰며 죽음을 각오하고 동료대원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줄 자발적 선택을 하게된다.
 
이것이 소속과 연대에 대한 책임감의 발로인 공동선이고, 이 때 대원들이 부상당한 병사의 선택도 없었는데 구해주지도 않고,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적군을 저지하라'는 명령을 하고 퇴각했다면 이는 부상당한 병사의 자유의지가 아니고 강요에 의한 살인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사회의 정의를 지켜가는 것은 많은 대화와 논의를 통해 얻은 선택이 강요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면 공동선을 위해 자유의지에 의한 자발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후감...
이 책을 읽으면서 모처럼의 사상세계에 놀러갔다 온 느낌이었다. 명쾌한 해답을 주진 않지만 정의의 사상적 개념을 각각의 거울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는 가르침을 얻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하는 '올바른 판단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실천적 지혜를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부록>
* 제레미 밴담의 공리주의 비판-인간의 도덕적 가치의 기준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행복과 자유이다.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한다. 이 공리주의는 비용과 이익, 분석과 비교의 단순한 잣대로 공리라는 장군을 앞세워 결정하여 일부의 영광과 포상을 얻으려 할 뿐이다. (제레미 밴담은 자신이 강의한 학교에 자신의 주검을 박제하여 공리주의 이론의 표상이 되려고 유언하여 실제 대학 박물관에 안치되기도 했다.)
 
*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지상주의 비판-인간은 타인에게 피해가 없다면 자신의 순수의사 결정에 의해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선택과 자유는 곧 역사적, 환경적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타인에 대한 강제가 될 수 있어 타인과의 연관관계가 있는 무한 자유는 없다고 생각한다.(심지어 자살도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당시의 종교적 마찰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 이마뉴엘 칸트의 순수실천이성-인간은 존엄하며, 목적 그 자체이다. 어떠한 이유로든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칸트는 거짓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고 한다.(정언론적 이론, 가언론적 이론)
 
* 존 롤스의 가언적 평등주의-합의의 출발은 동등조건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지의 장막'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공정한 합의라 할 수 있다. 부자와 빈자는 태어난 유전적 환경, 교육적 환경, 역사적, 지리적 환경등에 의해 서로 차등된다. 이 차등이 애초부터 없어야 하는 것이 '무지의 장막'이다. 이 장막을 만들 수 없다면 차등원칙을 인정하고 부의 재분배에 합의하여야한다. 부자는 이익에 대한 세금과 사회적 합의에 의해 빈자의 권익을 추구해야한다.(과연 무지의 장막을 만들 수 있을까? 있다면 이는 애초에 아무것도 없는 무无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사안의 본질을 텔로스(목적)라 규정하고, 이 텔로스에 부합하는 선택과 결정이 곧 정의이다. 사회제도나 조직의 목적, 재화의 분배, 영광과 포상에 대한 도덕적 미덕은 미덕이 깃든 행동을 하다보면 나중에는 자연스레 그런행동이 몸에 배어 표출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규칙을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를 고민하는 실천적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이웃블로그에서 옮겨봤습니다]

댓글목록

김용구님의 댓글

66 김용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토론을 토론으로 끝낼 것인가?
찬반투표를 할 것인가?
토론하여 합의를 할 것인가?
동창회 임원회의에서 결정할 것인가?
상호차이를 인정하고 합의를 도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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